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서평
기욤 뮈소 작가는 한 번쯤은 모두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대학생 때 즐겨 읽던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을 오랜만에 사서 읽어봤습니다. 책이 술술 읽혀서 정말 좋아하는 작가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몇몇 작품의 내용이 다 비슷해졌고, 조금 지나니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아서 그 이후로는 잘 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사서 읽어 본 감상은 ‘이번에는 좀 특이하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여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인생은 소설이다' 줄거리
유명작가인 플로라 콘웨이가 딸 캐리와 숨바꼭질을 하다가 딸이 증발하듯 사라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도입부부터 캐리의 행방과 범인을 추적하는 전개가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집중해서 살펴보던 중 플로라 콘웨이가 어느 작가(로만 오졸스키)가 쓴 소설의 등장인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플로라 콘웨이가 그녀가 살고 있던 세계를 창조해, 그녀의 인생에 사건을 낳으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던 "미지의 존재"를 깨닫는 장면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꼭두각시처럼 작가가 설정한 대로 움직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실과 픽션이 혼동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둘 중 누가 진짜 소설 속 가상인물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극 중 무대가 현실뿐 아니라 픽션을 넘나드는 설정도 신비해서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두 사람 중 누가 작가였고 소설 속 가상 인물이었는지 헷갈리게 만드는 결말이 이 책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 상상을 넓히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 속 인물들도 기욤 뮈소 작가님께 말을 걸어왔을까? 등장인물 중 누군가는 자기 주도적으로 여전히 어느 세계에서 즐겁게 살고 있지 않을까? 제 인생도 누군가 만들어낸 소설이 아닐까? 저는 단지 소설 속 인물 1로 이미 쓰여 출판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어서 오랜만에 재밌는 책을 읽은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현실과 픽션 사이
현실과 픽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인생을 바꾸거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스토리를 그린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도 있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도 역시 작가가 그린 세계 속 인물들이 자아를 찾아 세계를 바꾸는 내용이어서 재밌게 본 작품들입니다. 웹툰의 주인공이 현실로 나와 생활하고 결말을 바꾼다는 등의 내용이 충격적일 정도로 재미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설이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는 것으로 시작되는 도입부 덕분에 저도 딸의 행방을 찾는 데만 집중해서 읽다가 픽션의 세계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이 모든 것이 엄청난 반전처럼 느껴졌습니다. 독자가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리드하여 반전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았습니다. 책 읽고 드라마 영화 보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제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재치 있는 주인공을 응원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듯, 독자인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간접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소설이다’를 읽으면서 로만 오조르스키와 플로라 콘웨이의 삶 역시 생동감 넘치게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행복하게 살다가 위기가 오거나 할 때 좌절하고, 마지막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삶의 모든 과정을 생각해보면 소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에서 책 제목이 왜 ‘인생은 소설이다’인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이 소설이라면?
인생이 소설과 같다고 생각하면 너무 무섭거나 쓸쓸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넘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지치고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인생은 그저 연극이나 소설처럼 잘 짜인 각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삶의 여러 이야기를 책으로 보면서 힘든 순간 위로받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 다양한 삶 속의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인생은 뭐고 죽은 후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갈까?라고 생각하며 무서웠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고민을 갖고 각자의 세상에서 충실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플로라 콘웨이가 자신이 소설 속 인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리며 독자적으로 살아간 것처럼 제가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이든 상관없이 하루하루를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박진감 넘치는 느낌이 들었던 초중반과는 달리 다소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소설 설정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하고 흥미롭게 읽혔는데 플로라 콘웨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작가의 인생에 개입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소설처럼 엉뚱한 우연이 반복되거나 엄청난 슬픔에 무너지는 등 다양한 일이 반복돼 완성됩니다. 저는 어떤 사건으로 제 삶을 메워 왔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사건으로 제 삶을 채워 갈지 기대됐습니다. 인간은 자기 앞의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시간이 무한한 것처럼 행동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도 한 편의 소설처럼 끝이 있음을 잊지 않고 제 지난 시간을 다양한 경험으로 채운 멋진 소설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2021년도 힘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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